생각나는대로 쭉 썼고 퇴고 그런거 나에게 없다
191104 Tour aurora ark final at Tokyo Dome
3일 티켓은 결국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3일 오전에 비행기 타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불안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잔뜩 흐린 하늘에, 공항에 내리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더라... 다행히 많이 오지 않고 금방 그쳤다. 여권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편이라 그때그때 이동하면서 경로를 찾아보는 타입인데,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역까지 1000엔에 이용할 수 있는 버스(통칭 1000엔버스)를 타고 이동. 도쿄역에서 다시 전철로 갈아타서 숙소에 체크인하고, 부랴부랴 회장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파이널이니만큼 뭔가 기념하고 싶어서 셀프 굿즈를 만들었는데, 이걸 나눠드리고 싶었기 때문. 공연 시작 시간, 입장 시간이 다른 공연에 비해 빠른 편이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없었다... 아무튼 서둘러 도쿄 돔으로.
돔에 도착하니 세상에, 항상 생각하지만 이렇게 많은 범프 리스너들이 평소엔 다 어디에 숨어 계신거람!? 할 정도의 인파. 도쿄 돔에 처음 오는 거였지만 어딜 둘러봐도 범프 굿즈를 입고 들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헤매지 않았다. 굿즈에는 크게 미련이 없었기 때문에(비행기 타고 있을 즈음에 이미 사고 싶었던 굿즈가 다 품절됐다는 트윗을 봤다) 바로 게이트 근처를 돌아다니며 만들어 간 굿즈를 나눠 드리다가, 오사카와 나고야에서 만나뵀던 람님과 재회. 둘 다 3일의 티켓은 없어서 입장이 시작되고 공연이 시작될 즈음에는 도쿄 돔 시티의 어트랙션을 타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쿄 돔 시티가 범프와 콜라보해서 BGM을 모두 aurora arc 앨범 곡으로 설정해둬서 앉아있기만 해도 즐거웠음. 조금 어둑해져서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할 즈음에 관람차를 타러 갔다. 관람차 안에 설치 된 기기로 aurora arc 앨범 곡을 선택해서 재생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 반짝거리는 돔과 반짝거리는 범프의 노래를 하늘에서 본다는 건 또 특별한 경험이었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데 관람차가 흔들리지도 않고, 노래 듣느라 마냥 신나서 그저 좋은 경험 했다 싶음.
관람차에서 내려서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나 뭐 먹었더라.... 무슨 스튜?? 소스에 고기랑 밥이랑... 이런..거였는데 아무튼 맛은 좋았다. 냠냠 먹고 어트랙션을 더 탈까-하고 나가는데 돔 게이트 쪽으로 가니 안에서 공연 소리가 새어나오더라. 사실 내가 언제 또 돔 밖에서 범프 공연 하는 걸 듣겠나 싶어서, 할 일이 없으면 돔 앞에 앉아서 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소리가 잘 들리는 쪽으로 이동해서 들었는데, 신세계즈음부터...그러니까 거의 후반부부터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잘 들려서, 밖에서 다음날의 라이브 예습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엔딩 첫 곡을 듣는 순간 온갖 오두방정은 다 떨었음................(주접킹이라 죄송합니다) mc는 소리가 난다는 것만 알겠고 내용은 하나도 안 들려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음.
사람이 몰리는 게 싫어서 공연이 끝나고 관객 퇴장이 시작되기 전에 얼른 이동했다. 숙소까지는 가까워서, 호다닥 이동하고 씻고, 선물로 받은 휴족시간 붙이고, 그냥 자려니 아무래도 싱숭생숭한거라. 그래서 새벽감성을 이용해 멤버에게 편지를 쓰고,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전날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에 4일은 조금 일찍 나섰다. 역시나 굿즈는 진작 포기하고(역시나 돔에 도착하기 전에 사고 싶었던 굿즈 품절 소식이 들려오더라) 트위터에서 말 걸어주신 분들 한 분 한 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만들어 간 굿즈도 나눠 드리고.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었고, 생각 이상으로 많은 선물(과자)을 받아버림. 단순히 내가 나눠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거니까 괜찮다고 몇번이나 말씀 드렸는데도 다들 너무너무 고맙다고, 기쁘다고 해 주셔서 막 부끄러웠다. 사소한 거지만 만들어서 들고 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 범프 덕분에 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
잔뜩 흐렸던 전날과 달리 이 날은 아주 맑은, 쾌청한 날씨였다. 더더군다나 검은색 후디를 입고 있어서 햇빛 나는 곳에 앉아있으니 덥다고 트위터에 찌글거렸더니, 람님이 카페에 자리가 있으니 오겠냐 하셔서 감사히 이동해서 덕분에 편히 쉼(공부하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잠시 수다를 떨다가 다시 셀프 굿즈 나눠드리러 돔으로 돌아가서, 몇 분 더 뵙고 나니 입장 시간이어서 얼른 물 한 병 사서 입장. 왜냐면 멤버에게 주는 프레젠트 박스를 찾아야 했다..... 편지... 부끄러워서 들고 있을 수 없었음.... 얼른 투척해버려야해!!! 라는 생각으로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다 결국 스태프 분께 물어서 전해드렸는데, 내 자리로 돌아가려고 보니 내가 입장한 게이트 바로 옆에도 있더라^^...... 멍청하면 몸이 고생하지요. 아무튼 화장실까지 다녀오고, 자리에 앉아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이번 투어 중 처음으로 양일이 아닌 하루만 참가하는 거고, 그 전에 본 공연이 하필 감정적으로 파장이 컸던 나고야 공연이었던 데다, 이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사실 때문에 전날부터 마음이 되게 싱숭생숭했다. 잠시 진정하고 있었더니 이윽고 암전 후 음악이 흐르기 시작함.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규모가 큰 돔이다 보니 소리가 많이 울렸다. 평소 라이브에서는 멤버들이 하는 말을 반 정도 알아들었다면, 이 날은 반도 채 못알아들었음. ray나 Butterfly 같은 곡에서 멤버가 손을 흔들고 박수 치는 것과 내가 듣는 음악 박자가 어긋날 정도면 말 다했지 뭐........ 그래도 음악은 분명히 닿으니까<<<
00-1. aurora arc
aurora arc는 정말 여행을 시작하는? 어디론가 출발해야 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이번 투어 내내 2층, 혹은 그 이상의 높은 객석에서 봤는데, 넓은 회장에 오로라를 드리우는 공간 연출이 가히 예술적. 이제부터 시작 될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01. Aurora
aurora arc에서 이어지는 Aurora는 정말 최고야! 반짝반짝 하는 음과 상냥한 목소리, 악기 소리들... もうきっと大丈夫라고 시작하는 첫 마디는, 음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너무도 강한 기원, 혹은 주문 같았다. 노래 내내 전광판에는 오로라를 연상시키는 일렁이는 빛의 물결과, 화면을 4분할 해서 멤버 4명을 모두 보여주었는데, 멀리 있어서 아쉬운 나에게는 너무너무 감사한 연출. 멤버들 표정이 밝아서 나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었다.
02. 虹を待つ人
“こんばんは、BUMP OF CHICKENです! 全部置いておくから全部受け止めてくれよ!!”
처음 들었을 때는 무척 낯가리고 친해지기 힘든 곡이었는데 매번 라이브에서 빼놓지 않고 부르는 곡이 되어서, 이제는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이 날 마지막 개사가 너무 좋았다.
同じ虹を待っている
같은 무지개를 기다리고 있어
↓
同じ船を見に来た
같은 배를 보러 왔어
인터뷰에서 이 배에 대한 후지의 언급을 읽었기 때문. 투어 마크인 이 배에 다같이 타자는 것도 아니고, 범프가 그 배에 타고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 배는 저마다 원하는 것의 상징이고 우리는 그걸 보러 모이는 거라는 내용이었는데, 라이브에 대한 후지의 인식을 확실히 할 수 있었던 말이었고, 그걸 이 날 이런 가사로 전해준 게 너무 좋았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음악을 한 가운데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던(후지가 몇 번이고 스스로 했던 표현) 범프와 우리(=리스너)가, 이 가사에서는 같은 위치, 같은 방향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어서 더 좋았다. 조금 더 곁에, 가까이에 있는 기분.
03. 天体観測
藤♪「イマ」というほうき星 今もひとり追いかけている♪
客♪オーイェ─アハ─ン♪
으로 시작할 때, 후지가 객석에 대고 불러줄 거지? 부르고 싶지? 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개사가 없는 천체관측 라이브는 오랜만에 듣는 기분!
MC 01.
간단한 소개. 그리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간단하게 자기들을 소개하고, 잘 부탁 한다는 말과 함께, 마음을 담아 연주할 테니 끝까지 즐겨달라는 말로 다음 곡으로.
04. シリウス
개인적으로 시리우스도 아직 데면데면하다... 하지만 그 무게감과 심장을 때리는 느낌은 좋아함. 마지막 쪽에서 眼差しのシリウス라는 가사에서, 혀가 꼬였는지 가사를 헷갈렸는지 眼差し 발음이 뭉개진 후지. 그 순간 아 후지도 지금 많이 긴장했거나, 아니면 감정이 앞서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05. 車輪の唄
전주 전에 한 프레이즈, 라이브 버전으로 연주하는데 순간 걷는 유령과 착각해서 응??하고 혼자 헛물켰다. 곧바로 나오는 경쾌한 리듬에 들썩들썩. 約束だよ、必ずいつの日かまた会おう라는 가사가, 곡 중 화자의 말이 아니라 후지가 나에게 해 주는 말 같아서 뭉클했다. 이제까지도 그렇고 지금도 나는 좀처럼 후지가 말하는 君、お前、あなた에 나를 대입하지 못하는데, 이 날은 아주 조금이지만 후지가 말하는 너, 가 된 기분이 드는 순간이 많았다.
MC 02.
멤버 개인 소개. 거의 레퍼토리가 정해져있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챠마가 본인 소개 할 때 후지가 옆에서 팔로우 해 주려고 한 건지 놀리려고 한 건지 챠마가 한 마디 하면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따라하는 게 귀여웠다(덕분에 목소리가 겹쳐져서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 함). 다양한 기분으로 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기분이든 좋으니 그 기분 그대로 다음 곡은 함께 춤추자며 다음 곡으로.
06. Butterfly
Butterfly 라이브 버전의 마지막 후주가 너무 좋아서 음원을 못 들을 지경이야... 아리나였으면 있는 힘껏 뛰었을 텐데 아쉬웠다. 노래가 끝나고 후주에 들어가기 전에 후지와 마스는 메인 스테이지에 남고 통로로 이어진 돌출 무대에 챠마와 히로가 나와 있었는데, 후지의 어쿠스틱 기타에 집중해달라는 뜻인지 챠마가 히로의 기타에 손을 대서 뮤트시키고는, 크게 팔을 돌려 후지를 가르키던 제스쳐가 인상적.
07. 記念撮影
전날 공개됐던 원피스와 콜라보한 영상이 전광판에 가득 비춰졌지만 멤버들 보느라 전광판 안 봐서 모르겠고... 기념촬영 간주에서 항상 챠마와 후지가 마주보고 연주하는데 이 날도 그랬다. 챠마가 후지 어깨에 이마를 기대듯 붙어서서 한 음 한 음 신중하게 연주하고, 간주가 끝나 원위치로 돌아갈 때는 후지가 챠마 머리를 쓰담쓰담, 어깨를 툭툭. 그 순간만은 둘이서 서로의 음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나도 숨을 죽이고 소리에만 집중. 곡 중간에 あまりに眩しかった라는 가사를 あまりに愛しかった라고 바꿔불러줘서, 소리 질러 버릴 뻔 한 걸 참느라 혼났다.
08. 話がしたいよ
この瞬間にどんな顔をしていただろう라든가 君がここにいたら、라는 가사에 나도 모르게 나 여기에 있어, 라고 대답하고 싶어졌다. 후지가 1대1로 노래한다는, 나를 향해 노래한다는 그 감각을 인식은 못 했지만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서는 느껴서 그런걸까. 이 곡도 여기저기 가사를 바꾸었는데, 돌아오지 않을 시간,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움, 속절없음이 더 절절히 느껴지는 개사였다. 원곡도 그랬지만 더 심화됐달까... 곡이 끝나고 암전 된 뒤, 섬으로 멤버들이 이동하는데, 벌써 공연의 반이 지났다는 사실에 덜컥 겁이 났다.
09. 真っ赤な空を見ただろうか
섬으로 이동해서 악기 세팅이 끝나자마자 후지가 핸드마이크를 잡더니, 히로와 합을 맞춰 한 마디 한 마디씩 불러나가는데 그게 꼭 장난치는 거 같아서 너무 재미있었다. 앞에서 겁 난건 벌써 까먹음...
타메(치잉-)~이키노(치잉-)~와케오(치잉-)~하는 식으로, 둘이서 서로를 보며 한 박자 한 박자 맞춰가는 거였는데, 후지가 부르는 척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고는 정작 부르지는 않는 바람에 히로가 낚여서 치려다 말고 움찔함. 객석은 대 폭소. 뭐랄까, 5만명 이상의 관객이 보고 있는 무대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둘만의 세상이었음... 장난치며 연주하고 노는 그런, 친구들끼리 놀고 있는 그런 느낌.
이 곡의 원래 가사도 좋아하는데, 개사한 것도 좋아! 내가 확실하게 들은 건 얼마 없는데 찾아보니 다른 곳도 몇몇 바꿨더라고. 아무튼 즐겁게 들었던 곡.
MC 03.
섬에서의 MC는 자연스럽게 히로에게 넘기는 챠마. 분발하는 히로에게 쉴새없이 태클 넣는 후지ㅎㅎㅎ. 오로라를 언제 보러 갔다든가(시기가 틀렸지만), 투어 시작은 여름이었다든가 하는 걸 열심히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왜 여기에 왔는가 하는 걸 후지가 설명하는데, 마스가 움직일 수 없으니까... 컨베이어 벨트 같은 걸로 움직일 수도 없으니까,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서 여기에 왔다는 걸 설명한 뒤에, 마스에게 모처럼이니까 한마디 해 보라고. 객석이 숨죽이듯 조용해지면서 마스가 육성으로 외쳤는데, 스테이지에서 마스가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라 깜짝. 다만 기껏 한다는 말이 “俺がここにいるぞ─!!”여서 객석도 빵 터지고 멤버들에게도 한 소리 들음. 챠마 왈 “지금까지 후지군이 설명한 게 그거잖아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이렇게 모처럼 섬에 왔으니, 한 곡 더 해도 되겠냐 하고는 다음 곡으로.
10. リボン
이 곡 역시 오롯이 4명의 세상이었다. 처음에는 기타를 치며 부르던 후지가, 곡 중후반 즈음에는 마이크를 스탠드에서 빼서 손에 들고 챠마, 히로, 마스 셋을 향해(즉 객석에는 아예 등을 돌리고) 노래 함. 그렇잖아도 작은 서브 스테이지, 거기서도 더더욱 작은 공간에 네 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의 嵐の中をどこまでも行くんだ라는 가사를 嵐の中をどこまでも行こうぜ라고 바꿔 부른 게 화룡점정. 그 순간만은 후지가 오롯이 멤버들에게 노래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까지든, ‘함께’ 가자고 말하고 있는 듯한. 이 넷의 관계성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곡이 끝나고 메인 스테이지로 돌아오는 동안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졌다.
00-2. aurora arc
나한테 이 곡은 너무너무 시작, 출발, 탄생의 이미지라 여기서부터 라이브가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지 뭐에요.
11. 望遠のマーチ
이상하게 이번 투어에서는 이 곡과 이 다음 곡인 GO의 기억이 불분명하다... 개사도 그닥 기억이 나지 않고. 다만 이 곡 중간에, 노래하는 부분에서 노래 대신 후지가 외쳤던 건 기억이 남. 뭐라고 했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고 들었어도 까먹었을 테니, 다른 분들 후기에서 살짝 가져옴.
“東京ドーム広いか?そうでもないよな、俺はお前のことすげぇ近く感じるよ”
“도쿄 돔 넓은가? 그렇지도 않은걸, 나는 너를 엄청 가깝게 느낀다고”
회장이 아무리 넓든, 몇 천 몇 만명이 있어도 1대1이라고, 바로 곁에서 노래하는 마음이라고 후지가 옛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온 말. 이 날은 나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던 기분이 드네.
12. GO
정말정말정말정말 깜짝 놀란 게, 전주에서 무려 멜로디 플래그를 부른 것.
이번 투어에서는 GO 전주에서 후지가 즉흥적으로 다른 곡의 가사나 멜로디를 따와 부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매번 다른 아티스트의 곡이었기 때문에 설마 여기서 본인들의, 그것도 하필 이 곡을 부른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얼마나 놀랐냐면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거지? 하고 사고가 정지될 정도. 너무 놀라서 멜로디 플래그를 불렀다는 사실만 기억나고 어느 부분의 가사였는지는 기억도 안 나더라... 심지어 원 가사도 아니고 개사해서 불렀음. 이것도 역시 다른 분의 후기와 내 기억의 파편을 짜맞춰서 정리해봤다..
響く鐘の音のような あのメロディはなんだっけ
울려퍼지는 종소리 같은 그 멜로디는 뭐였지
出会った頃の僕が 君と刺した旗
만났을 적의 내가 너와 찔러넣은 깃발
思い出して
떠올려 줘
전체적으로 MC나 이런저런 이야기에서 유독 떠올려 달라, 기억해 달라는 걸 강조해서, 이 가사를 곱씹을 수록 후지가 어떤 마음으로 이걸 불렀을지 어렴풋이 느껴져서 더 울컥했네. 앞에서 너무 놀라서 곡을 무슨 정신으로 들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없다... 이래저래 바꾼 가사도 많은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다 끝나고 다른 분들 후기 참고함.
MC 04.
여기서 MC를 했나? 기억이 애매하군요...... 했어도 그리 길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런데 뭔가 후지군이 말 끝나기가 무섭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기억은 있음.
13. Spica
내 안에서 이 곡은 너무너무너무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러브송이야... 約束が生まれた時の笑った顔が嬉しかったよ라는 가사를, 約束が生まれた時の笑った顔が愛しかったよ라고 바꿔 불렀을 때 정말 숨이 턱 막히더라. 개인적으로 투어 무대 연출 중 손에 꼽게 좋아하는 연출. 유그드라실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나무에,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듯한 빛그림자가 정말... 게다가 그 순간은 돔이라는 그 커다란 공간 전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어서, 노래도 노래지만 그 공간을 바라보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런 공간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2층석도 아주 만족스러움.
14. ray
성스럽다고 해도 좋을 Spica의 분위기에서 ray의 분위기로. 인트로에 들어가는 챠마의 베이스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고, 돔에서 그 음향으로 듣는 건 더 좋아. 조명은 원없이 레이저와 빛을 쏴대고 PIXMOB도 반짝반짝거리고. 언제나 관객에게 부르도록 하는 “生きるのは最高だ”를, 언제나처럼 부르려고 하는 순간 무대의 그 큰 전광판을 꽉 채워서 저 글자를 띄우더라ㅋㅋㅋㅋ아주 저세상 임팩트임.
15. 新世界
ray로 불 붙은 텐션에 기름 들이붓는 격. 신나서 즐겼다. 언제나처럼 신나게 스탭 밟는 후지ㅋㅋㅋㅋ아유 방정맞아라. 처음에는 후지가 핸드 마이크 쓰는게 어색했고 본인도 그랬던 것 같은데(마이크 안 든 손을 아주 어정쩡하게, 누가 봐도 곤란해하는 것 같았다) 이젠 뭐... 심심하면 마이크 뽑아들고 말이야.... 그런 모습 아주 좋아요.
곡이 끝난 시점에 돌출 무대에 나와 있던 후지가, 메인 스테이지로 돌아가면서 ベイビーアイラブユーだぜ를 선창하고 객석을 부추김. 후지가 선창하면 객석이 후창하는 게 몇 번 반복되고, 그 사이에 연주를 끝내고 숨 돌리고 있던 멤버들도 다시 연주해서 반주를 깔아줌. 즉석 세션 같아서 즐거웠다. 평생 듣도 쓰도 않은 아이 러브유 라는 말을 이 날 몇 번을 외쳤는지ㅎㅎ
16. supernova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다시 갈무리하고, 슬슬 공연 마무리라는 게 느껴져서 서러웠다... 라이브에서 자주 하는 다른 곡도 그렇지만 supernova의 개사도 앞선 라이브에서 몇 번인가 들었기 때문에 조금 차분히 곱씹으며 들을 수 있었음. 암만 그래도 내 세상은 네가 있어 움직인다는 말은 너무........ 너무 하지 않나 싶긴 함......... 곡이 끝나고 후지가 “노래소리 들려줘서 고마워”랬나 “잘 들었어”랬나 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기억 애매함..
17. 流れ星の正体
제일 처음 공개된 음원과 발매된 음원의 갭이 너무 커서 지금도 듣고 있으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동시에 앨범의 마지막, 그리고 라이브의 마지막으로 이만큼 어울리는 곡이 또 있을까 싶음. 곡의 1절은 후지 혼자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데, 이 때 챠마는 무대 한 켠에 앉아서 가만히 후지의 노래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한 모양새. 그게 또 괜히 보기 좋고 가슴이 간질거리고 그랬네. 곡이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뒤쪽 전광판으로 별똥별이 떨어지고는 돔 안에 그 별의 조각들이 빛나듯 PIXMOB가 반짝거린다. Spica와 함께 너무너무 좋아하는 연출. 마지막 후렴구를 부를 때는 한층 더 강한 힘을 담아서 부르는 듯했던 후지. 정말 마이크 볼륨이라도 올린 줄 알았다. 마지막 輝け를 정말 있는 힘껏 내지르는데 와.......
encore.
supernova로 멤버 소환을 시도했는데 돔이 너무 넓어서 제대로 안 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멤버들 재등장. 판촉하기 전 챠마가 “너희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어!!”라고 하면 객석에서 “なーに!?”라고 해주는데, 이 주고 받기가 너무 좋음... 챠마가 돌출 무대에서 판촉하는 동안 메인 스테이지에 남은 셋이서 항상 객석에 대고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이 때 히로는 에어 드럼 침), 챠마 왈 “객석 끝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히데쨩이 안 보이니까, 설명해주고 있는 것 뿐”이라고. 뭐야 그 다정함... 나 도쿄돔 와서 처음 알았잖아 이제까지 뭐하는 거냐고 웃어서 미안해....
판촉에서는 자기 꿈이 이루어졌다며, 트랜스포머와 콜라보 한 굿즈 이야기를 함(챠마씨 그거 애저녁에 품절됐어요). 이어서 PIXMOB로 오로라를 만들어 동영상 촬영을 하기에 앞서서, 자기 꿈이 이루어 졌다는 것에서 착안했는지 모두의 꿈을 외치라고 함. 그러면서 “네거티브한 밴드에게는 네거티브한 리스너들이라는 사실이 들통난다구??”하는데 표정에 장난기가 ㅋㅋㅋㅋ 내 주위는 조용해서 속으로만 범프 100주년 기념 라이브라고 외쳤다....(...)
아 맞아 이거 찍으려고 할 때 보통 후지랑 히로가 객석 호응 유도하러 올라가는 곳에 마스가 올라가있었다. 챠마는 왜 거기 히데쨩이 올라가있냐며 면박 주고ㅋㅋㅋ후지 왈 “올라 가 보든지?” 했더니 진짜 올라갔다며ㅋㅋㅋㅋ 챠마가 뭐라 하니까 가타부타 말도 없이 바로 내려와서 털레털레 드럼으로 가는 마스.... 엉엉 무슨 아저씨들이 이러고 놀아요....
동영상 찍은 후에 기념촬영 하려는데 자기 자리 안 찾아가고 들고있던 휴대폰으로 사진 찍던 챠마. 멤버들 다 앉고 찍으려는데 히로가 언제나처럼 베어브릭 세우고, 그 옆에서 챠마는 트랜스포머 세우고, 그랬더니 후지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기다려 달라 하고는 후다닥 무대로 뛰어 가서 니콜 데려옴ㅋㅋㅋㅋㅋㅋ 각자 자기 앞에 하나씩 세워두고 찍는데 전국최애자랑입니까 뭡니까 그거 귀엽게. 그러고 나서는 후지랑 히로랑 잠깐 더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앙코르 하러 감.
EN.01. バイバイサンキュー
이번 투어에 임하는 후지의 심경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이 아닐까, 그래서 평소보다 특별한 기분으로 부르는 곡이지 않을까, 하고 맘대로 생각했던 곡. 그래서 솔직히 이 날 앙코르로 해 주지 않을까 맘대로 짐작도 해 봤던 곡. 정말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일은 떠나는 날이라는 가사에,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는 가사에, 모두가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는 가사에 자꾸 오싹오싹 했잖아. 마지막 가사는 君ともっと一緒にいたい라고 바꿔불렀다고 함. 나는 처음에 君のことをしりたい라고 들어서 울컥했는데, 이쪽이든 저쪽이든 참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하는 데에는 뭐가 있나 보다.
EN.02. ガラスのブルース
이 곡도 솔직히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치만 들어도 들어도 너무 좋은 곡. 평소에도 간주가 끝나고 시작되는 노래를 관객에게 부르도록 하지만, 이 날은 유독 관객이 부르는 파트가 길었음. 한 소절이나 두 소절 빼고 다 부르지 않았을까...? 여느때보다 씩씩하고 파워풀한 연주로 공연 마무리.
MC 05.
멤버들 각자 물이며 피크며 던져주고, 챠마는 웃통까지 벗어서 던져주고. 전광판에 문득 히로가 잡혔는데, 뭔가 더 던져줘야 할 것 같은데 던질 게 없어서 곤란한 모습이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설마했던 상의 탈의! 히로가 옷을 던져주는 건 처음 봐서 깜짝 놀랐다.
멤버들이 다 퇴장하고, 혼자 무대에 남은 후지가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데, 그 다음에 나올 말이 뭘지 왠지 긴장이 됐다. 이 부분도 길어서 기억이 다 안나기 때문에 다른 분들 후기와 내 기억 조각 짜깁기. 본인 스스로도 말 했었지만, 정말 전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마음이 급해서 쏟아내듯이 말을 이어가는 게 느껴졌다.
“本当に魔法みたいな夜だった。お前ら今日さ、いっぱい歌ったじゃん。大きな声で、あるいは小さい声で、あるいは心の中で、いっぱい歌ったじゃん。俺わりとしつこく煽ったからね(笑)。応えてくれたみんなの声はちゃんと俺のとこまで聞えたよ。
今日の、お前らのその歌声はさ、お前が歌ったその声はさ、俺とか、今日のこのステージに立つ俺ら4人に向けてきたものだけじゃないから。時間と距離を飛び越えて、未来のお前自身に向かっていくんだとおもうよ。明日以降の未来のお前自身に、今日のお前の歌声が飛び込んでいくんだとおもうよ。あのね、未来っていうのはさ、何が起るかわからないから、なあ? 今平気かもしれないし今みんないい笑顔でさ、俺たちのライブに来てくれてるけどさ、明日も続くかわかんないし、明日、1年後、10年後、20年後、もう辛い、もうしんどい、立ち上がれない、生きていけるんだろうか。そんなふうにね、思う時がくるかもしれない。その時に力になれるように、今日お前が歌った歌ってのは、未来のお前のことを守ってくれるよ。そんでさ、そういう時、お前が大ピンチの時、今日歌ったお前の歌を思い出せないかもしれない。忘れてしまっているかもしれない。でも、「お前あの時、あんなに心込めていい声で生きてる証拠を届けたじゃねえか!」ってことを思い出させる、その手伝いを、お前が今日歌った歌声をいつか忘れた時に思い出すための手伝いをするために俺の歌は、俺たちの音楽はあるのかもしれない。
これから先、今日だけじゃない明日からの話、お前の未来が、どんなものであろうとどこにいようと、俺の歌は俺たちの音楽は、お前のことを絶対に独りにしないから。気付いてもらえないかもしれないけど、勝手に、勝手にね、お前の側にいるから。
綺麗事に聞えるかもしれない。だけどちゃんと根拠があるんだ。だってね、世の中にすげぇたくさんの音楽があるじゃん。音楽ってものができてから今日に至るまでどんどん新しい曲が生まれてさ、その中で俺たちの歌を、俺たちの音楽を、俺たちを、俺を見つけた人だから、お前は。な? これが根拠。
なんていうかな、すごく多い分母の中から、その上に乗っかる「1」にしてくれたわけ。それはバンドを組んで音を出すことだけを拠り所にしてる俺たちにとって、ものすごく幸せなことなんだ。俺にとってお前はそういう人なんだ。俺の歌う歌は、絶対に必ず、お前の側にいるから。気付いてくれなくても勝手に。
なんだろうね、こんなに喋ってるならもう1曲ぐらい歌えばいいよな(笑)”
“정말 마법같은 밤이었어. 너희들 오늘 말야, 엄청 노래했잖아. 큰 목소리로, 혹은 작은 목소리로, 혹은 마음 속으로, 잔뜩 노래했잖아. 나 꽤 집요하게 부추겼으니까(웃음). 응해준 모두의 목소리는 나에게까지 잘 들렸어.
오늘의, 너희의 그 노랫소리는 말야, 네가 노래한 그 목소리는 말야, 나나 오늘 이 스테이지에 선 4명 만을 향하는 게 아니니까.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어서, 미래의 너 자신을 향한다고 생각해. 내일 이후의 미래의 너 자신에게, 오늘의 너의 노랫소리가 날아간다고 생각해. 있잖아, 미래라는 건 말야, 뭐기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치? 지금 태평할지도 모르고 지금 다들 좋은 웃는 얼굴로, 우리 라이브에 와 줬지만, 내일도 계속될 지모르고, 내일, 1년 뒤, 10년 뒤, 20년 뒤, 괴로워, 힘들어, 일어설 수 없어,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할 때가 올 지도 몰라. 그 때 힘이 될 수 있도록, 네가 핀치에 몰렸을 때, 오늘 노래한 네 노래를 떠올릴 수 없을지도 몰라. 잊어버리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 그 때, 그렇게 마음을 다해서 좋은 목소리로 살아있는 증거를 전했잖아!」라는 걸 떠올리게 할, 그 도움을, 네가 오늘 노래한 노랫소리를 언젠가 잊어버렸을 때 떠올리도록 돕기 위해 내 노래는, 우리의 음악은 있는 걸지도 몰라.
앞으로, 오늘 뿐만이 아니라 내일부터의 이야기, 너의 미래가, 어떤 것이든 어디에 있든, 내 노래는 우리의 음악은, 너를 절대로 외톨이로 만들지 않을 테니까. 눈치 채 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맘대로, 맘대로 말이지, 네 곁에 있을 테니까.
겉치레로 들릴지도 몰라. 하지만 분명히 근거가 있어. 그야, 세상에 엄청 많은 음악이 있잖아. 음악이란 게 생겨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점점 새로운 곡이 태어나는, 그 중에서 우리 노래를, 우리 음악을, 우리를, 나를 찾아내 준 사람이니까, 너는. 그치? 이게 근거.
뭐라고 하지, 굉장히 많은 분모 중에서, 그 위에 올라가는 「1」로 삼아준 거야. 그건 밴드를 만들어서 소리를 내는 것 만을 지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굉장히 행복한 일이야. 나에게 있어 너는 그런 사람이야. 내가 부르는 노래는, 절대로 반드시, 네 곁에 있으니까. 눈치 채 주지 않아도 맘대로.
뭐랄까, 이렇게 떠들거면 한 곡 더 하는게 나으려나(웃음)”
EN.03. スノースマイル
그리고 설마했던 더블 앙코르... 인데 후지도 즉흥적으로 기타를 맨 거라 기타 매고 나서 뭐 부르면 좋지? 하고 잠시 고민하더라. 그 사이에 뒤에서 멤버들도 올라오기 시작해서, 후지가 전주 연주하는 동안 스태프들까지 다 와서 악기 세팅하고 곧바로 찾아들어오기 시작함. 노래 시작하기 전에는 “내 밴드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라고 하더니 간주중에는 “내 밴드 멋지지?”라고 함. 네 너무 멋져요... 이런 즉흥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고야에서도 그랬지만 놀라움 반 기쁨 반. 마지막 가사인 やっぱりしまって歩くよ、君のいない道を에서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네. 물리적으로는 곁에 없는 게 맞지만, 정신적으로는 늘 곁에 있을 거라고,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쏟아내듯 말 한 다음에 이렇게 부르니까, 정말............아 후지와라 당신.......
딴 소린데 멤버들이 다시 나올때, 챠마는 여전히 상반신 탈의 상태인데 히로는 그새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게 성격 차이 보이고 좋았다. 나만 이 생각 한 거 아니었음ㅋㅋㅋㅋ
EN.04. 花の名
스노우 스마일이 끝나고 곧바로 “한 곡 더 해도 돼?” 하더니 응?? 하고 생각 정리할 틈도 없이 시작해버린 곡. 정말 이게 무슨 일이야.... 이 곡에서의 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타를 치지 않고, 핸드마이크를 든 채 불렀는데, 1절은 거의 무반주로 불렀다. 덕분에 후지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히로가 2절부터 기억이 났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라이브에서도 그랬지만 개사가 아주 격심했다. 특히 마지막 후렴에서는 대놓고 다 바꿈.
迷わずひとつを選んだ あなただけに歌える歌がある
망설임 없이 하나를 선택한 당신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어
僕だけに聞える歌がある
나에게만 들리는 노래가 있어
僕だけを待っている人がいる
나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あなただけに会いたい人がいる
당신만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
↓
迷わずひとつを選んだ あなただけに歌える歌がある
망설임 없이 하나를 선택한 당신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어
あなただけに聞える歌がある
당신에게만 들리는 노래가 있어
あなただけに伝える声がある
당신에게만 전해지는 목소리가 있어
あなただけに届ける音がある
당신에게만 와닿는 소리가 있어
당신에게만 전해지는 목소리가 있어, 라고 할 때에는 자기 목에 손을 대고 부르더라. 몇만 대 1이 아니라 온전히 1대1이 되는 순간이었다. 전광판에는 내내 후지를 클로즈업 해 줘서, 눈까지 질끈 감고 열창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곡이 끝나고 정말로 이제는 끝내야 할 시간. 멤버들이 속속 퇴장하고 챠마도 깊게 허리를 숙이고는 별다른 말 없이 들어갔는데, 돌아서는 뒷모습에 뺨과 목까지 붉어서 우는건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서 본 분 말로는 울고 있었다고... 아이고 우리 챠마 눈물도 많아.
후지도 앞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는지 깔끔하게 마무리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멤버들이 모두 퇴장하고, 객석불도 켜지고 관객 퇴장이 시작되는데, 마음은 싱숭생숭하고 발은 아프고(나중에 나와서 보니 공연만 세시간을 했더라) 그거랑 별개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일어나지를 못하겠는거. 직원이 자꾸 나가시라고 옆에서 하길래 슬렁슬렁 움직이다가 사람 좀 빠졌을때 나가서 밖에 잠시 앉아있었다.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라서 잊기 전에 생각나는 것만이라도 메모해두려고 개사나 멘트같은 걸 정리하는데 밤이라 기온이 내려가서 추워서 그러는지 공연의 여운인지 자꾸 소름이 돋더라.
한동안 앉아있었더니 람님이 연락을 주셔서(이 때까지 연락 해야 한다는 생각도 까맣게 잊고 있었음) 합류해서, 어디로 갈지 생각하면서 돔 주위를 잠시 배회했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념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9시 정각이 되자마자 돔 주변 전광판에 나오던 aurora ark 광고가 팟 하고 꺼지더라. 와 계약 시간 진짜 칼같다....... 하고 헛웃음 터트리고는 식사하러 이동했음.
돔 주변 가게들은 다 오늘의 관객들로 가득해서 조금 멀리까지 걸었다. 자리가 비어 있다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가게 음악을 온통 범프로 해 놨더라. 게다가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옛날 곡들까지 모조리 랜덤 재생이어서, 식사하며 이야기 나누는 중간중간 귀를 기울이며 곡 맞추기 게임 같은 것도 했음. 라이브로 머리가 꽉 차서 두서없이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라서, 한참 이야기 나누다 가게 마감시간 즈음에 털고 나왔다. 가게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여서 밤 거리를 가만가만 걷는데, 그게 뭐라고 그냥 좋더라. 원래 밤길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라이브 버프 받아서인가 혼자 흥얼흥얼 덩실덩실 하면서 돌아옴. 숙소에 들어가면 일찍 자려고 했는데 잊기 전에 메모도 해놔야겠고 다른 분들 후기도 봐야겠고 해서 결국 새벽까지 못 자고 있다가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다.
5일에는 서점에서 잡지를 하려고(무지카 11월호) 도쿄역으로. 람님과 다시 만나서(정말 이번 투어 내내 신세가 많습니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서점으로 이동했는데, 나고야 돔 레포가 실렸다는 musica를 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서점 두 곳을 둘러보는 동안 musica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었고.... 결국 그냥 빈손으로 나와서 카페에 잠시 앉아있다가 각자 귀로에 올랐다. 도쿄역에서 출발하는 1000엔 버스는 예약을 안 해도 탈 수 있다길래 맘 편하게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한 대를 그냥 보내는 바람에..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짐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전체적으로 이번 도쿄는... 시간에 휘둘린 느낌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다음 차 타고 공항에 도착해서, 20분? 정도 남겨놓고 무사히 체크인. 셀프 굿즈를 우편으로 보내드리기로 한 분이 계셔서 공항 내 우체국에서 편지 발송도 무사히 완료! 하고 나니 금세 탑승시간이어서 또 부랴부랴 탑승 게이트로. 역시 탑승 마감 10분 남겨놓고 탑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바빴니.
아무튼 그래서 무사히 자리에 앉아서.... 앉고 보니 내 앞뒤좌우 모두 빈 좌석이어서, 옆자리에는 니콜 앉혀놓고 편하게 출발을 기다렸다. 전날의 공연 세트 리스트대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서 들었는데, 이륙할 즈음 aurora arc를 들으니 정말.... 내가 대단한 여행이라도 떠나는 기분이었다. 어제로부터 이어지는 오늘, 내일, 내 미래가 뭔가 대단해 보였달까. 원래도 뭔가 벅차게 만드는 곡이지만 이렇게 들으니 감회가 또 다르더라.
그렇게 듣다가, 기념촬영에서 뜬금없이 눈물이 터져버림. 도대체 왜 이제서야?? 싶었는데, 가사 한 문장 한 문장에 전날의 공연 한 순간 한 순간이 플래시 백 되더라. 끝나버릴 마법 속에서 웃고 있었던 것, 말이 되지 않을 모든 것을 노래로 삼은 것, 함께 불렀던 노래들, 어디까지든 갈 수 있다고 몇 번이고 말했던 것. 근처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훌쩍훌쩍 터진 눈물 수습하며 조금 진정했는데, 話がしたいよ에서 또 조금 울컥했다가, 신세계에서 2차 눈물.... 아니 나는 정말 이런 노래를 들으면서 울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昨日が愛しくなったのはそこにいたからなんだよ、라는데 순간 뭐가 가슴을 푹 찔러서. 어제가 너무 그리운 나에게 이런 가사는 정말... 너무... 그러면서 이어지는 가사가 泣いていても怒っていても一番近くにいたいよ여서, 어제의 후지의 mc가 또 생각나고, 마무리로 明日がまた訪れるのは君と生きるためなんだよ에서 어흐흑.
Spica도, 하늘에서 바라보는 야경을 보며 들으니 정말.. 우주에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투어가 다 끝난 지금에 와서야 aurora ark에 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투어가 끝나고 라이브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인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우울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아서 스스로 조금 신기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후지가 오늘은 어제로부터 이어지는 날이고, 노래는 어떤 내일이든 너의 곁에 있을거라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확신시켜줘서, 안심해서가 아닐까 싶어.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노래는 항상 곁에 있을 테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모든 걸 넘어서 또 만나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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